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착한 거, 그거 바보 같은 거 아니야.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거 무른 거 아니야. 남 때문에 우는 거,자기가 잘못한 거 생각하면서 가슴 아픈 거, 그게 설사 감상이든 뭐든 그거 예쁘고 좋은 거야.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은 거, 그거 행복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름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고모가 너보다 많이 살며서 깨달은 거는 그거야.
                                          <본문 中>  모니카 고모의 말
 
 왜냐하면 외삼촌이 슬픈 어조로 내게 충고했듯이 꺠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중략>
 그러므로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으려고 했을 때 내겐 정보가 없었다. 한동안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작가가 공지영씨였고 최근에 가장 마음에 드는 국내 작가를 꼽으라면 공지영씨였다. 내겐 편식증이 강해서 한동안 그냥 좋아진 분야만 읽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선 아직 젊어서 그렇게 소설만 읽는거야 하는 소리를 듣곤 했다. (에세이집 같은 거 잘 읽는다. 자기 개발서를 읽고 나면 내게 채찍질도 되지만 그렇게 못할거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드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블루노트로 시작하는 소설을 두 장 읽고 덮어버렸다. 아, 쉽게 짬짬이 읽어선 안 되는 소설이구나...내가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구나 싶어서. 그렇게 두 장만 읽기를 몇 번 했다. 술만 마시고 가족을 전혀 돌보지 않는 아버지. 그 아버지는 어머니를 패고 그 어머니는 어린 형제를 두고 집을 나간다. 어린 형제는 하염없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아버지를 피해 있지만 결국 세상엔 두 형제만 남게 된다. 눈 멀은 동생과 형이 살기엔 만만치가 않다. 결국 동생은 죽고 형은 이래저래 사람을 죽이고 사형수가 된다.

자살 시도를 3번이나 한 여자. 그녀의 집안은 알아준다. 그녀도 그녀 자신이 인정하지 않지만 남들이 볼 때는 상당히 멀쩡하다.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렸을 때 당한 폭행의 기억 때문에 삶에 대해서 비딱하다. 어머니의 무심함이 한이 되어서...

자살 시도를 한 그녀에게 정신과 치료 대신 모니카 고모가 자신을 사형수 윤수를 만나게 하는 데서 이야기의 시작이다. 블루노트로 윤수의 삶이 나오고 그리고 다시 문유정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 나온다. 더 이상의 변화는 책을 읽을 사람을 위해서 생략...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울었던 것이 얼마만일까. 그래 감정적이 된 것도 아니고 특별히 많이 공감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책을 읽는 내내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그러면서 구절구절 와닿는 곳도 많았다. 이야기를 보면 어디서 많은 들은 듯한 이야기다. 특히 블루노트의 윤수의 이야기는 그랬다. 다른 책, 영화 같은 곳에서도 곧잘 쓰였던 느낌이다. 하지만 뭐랄까 아려오는 느낌이 있었다. 니들은 이래서 이 아이를 이해해야 하는 거야 하는 것처럼 강요하지 않았다. 문유정 말처럼 너무나 상투적인 것 같은데 나를 오늘 하루 우울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진정하고 다시 한 번 글 읽기를 해야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무언가를 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분간 이 감정을 지속하리라...생각이다.  책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에요, 꼭 거기에 써주셔야 합니다. 교장선생님 다른 데 말고 꼭 거기에 써주세요. 비가 오면 비를 맞지 않게, 여름이면 해가 너무 뜨겁지 않게, 거기에 지붕을 덮어주세요. 혹시 형을 기다리고 서 있는 어린 동생이 비 맞지 않도록.....그래서 그걸 바라보는 형이 가슴 아프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나를 지독하게 울렸다. 눈시울이 고장난 것처럼. 이 책이 영화화 된단다. 이나영과 강동원의 주연으로. 그들이 얼마나 잘 살릴지 모르지만 가서 보리라 다짐한다. 책을 보고 난 뒤 영화에서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영화가 나오면 펑펑 울 준비를 하고 가서 보리라 생각한다.모른 척하고 외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려가는 것이 작가의 힘이라는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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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orothy 2006/10/08 00:56 # 답글

    작년 여름,
    나를 목놓아 꺼이꺼이 울게 만들었던 이책...

    그때의 그 감동이 삭감될까봐 저 아직까지 영화는 보지않고
    있습니다(...)
  • 미니벨 2006/10/08 07:32 # 답글

    Dorothy님 // 꺼이꺼이 울게 만들었던 책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영화는 확실히 책보다 못하답니다. 하지만 감동이 삭감되지는 않았어요. 책 내용이 살아나 더 몰입이 되더라구요. 한참 후에 보심이 나을 듯...책을 다시 보고 싶긴 하지만 또 펑펑 울어버릴 것 같아서 못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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