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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 에쿠니 가오리 내 책장

 홀리 가든을 다 읽고 난 뒤 소감은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군'이었다.  가호와 시즈에의 이야기. 두 사람의 연애와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는 가호와 시즈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에 대해서 얼마나 참견을 많이 하는가. 그랬다. 친구니까 말해줘야 한다고 하고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많은 말들을 했다. 그러면서 아마 타인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을 것이다. 어떤 경우는 작은 것이 불씨가 되어 치열하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기도 하고 그리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더욱 친해지는 경우도 있고. 그게 한국에서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그런 열정(?), 그런 행동들은 사라지고 있지만. 그 대신 오랜 친구에 대한 이해심이 생기기도 하고 귀차니즘에 빠져서 자기 일이 아니라고 살짝 비켜서 있기도 하고.

 그런데 가호와 시즈에는 그렇지 않다. 오랜 친구이기에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삶에 대해서. 그렇지만 타인의 삶에 최대한 참견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랜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 한 마디를 하고는 금방 사과를 하고 물러선다. 사과를 한다고 해서 뱉어진 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감정들을 묘사하는데는 에쿠니 가오리가 최고라는 느낌이 든다. 뜨거움,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고 일상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으로 너무 담담하게 서술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내겐 매력적이지만. 그녀들의 우정을 위한 줄다리기를 보면서 (그것도 책에선 아주 큰 부분이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물속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인간은 간혹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어야 한다.
 -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와닿았던 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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