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회귀 모드 중 일상사

 나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요즘 나이를 실감하고 있다. 사실 친구들 중에는 둘째까지 낳은 친구들도 있고 하지만 싱글이다보니 나이를 실감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요 몇 주 90년대 회귀 모드가 되면서 나이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발단은 은사자님의 블로그 포스팅이었다. 유덕화, 양조위, 곽부성까지 홍콩 배우들의 포스팅을 보면서 내 학창 시절이 떠올라 버렸다. 거기다 덧글들 러쉬 알란탐을 아느냐 모르느냐로 완전히 세대가 갈려 버렸다. 불행히도 난 알란탐을 확실히 기억한다는 것. 이번 홍콩 여행 가서 TV에 살이 붙어서 후덕하게 나오는 알란탐을 한눈에 알아봤었다. (도대체 안 보고 산 세월이 얼마인데 그렇게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지...흑흑) 열심히 배우들 이야기하면서 대표작들을 이야기 했었다. 그러다 보니 죄다 90년대 작품들이었다. 2000년대에 잠깐 무간도로 나만의 홍콩 영화 버닝 모드가 있었지만 90년대 영웅본색, 열혈남아, 천녀유혼 등등의 영화에 미쳐 있었던 시절과는 비교과 되지 않았다. 원래 남자 배우 편애 모드인 내가 천녀유혼의 왕조현과 임청하에 푹 빠져 있었으니까.

 진짜 그 때는 TV 광고에서도 홍콩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밀키스의 주윤발, 투유 초콜릿의 장국영까지...이제 와서 고백하건데 내 학창 시절 책받침은 장국영과 최수지였다. (토지에서 카리스마를 잊을 수 없다.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해서 한복 곱게 입고 있던 최수지 책받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남자 배우 편애 모드가 여전히 발휘 중이었기에 장국영 책받침은 그냥 관상용이고 최수지 책받침은 사용했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홍콩 영화 붐은 사라졌고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서 홍콩 영화를 서서히 잊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포스팅 때문에 예전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지금 보면 그다지 멋있지 않을 수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스토리에 좌절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로망은 홍콩 배우들과 함께였었다.

 그렇게 90년대를 나름 회고하다가 결정타를 날린게 매듭님이었다. (삼촌 블로그라고 하시는데 슬프게도 난 연령상 절대로 조카가 안 되더라. ) 오랜만에 듣게 된 변진섭과 서태지의 노래 때문에 확 feel 받아 버렸다. 진짜 변진섭의 노래를 모르고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없었다. 진짜 그 반복도 별로 없어서 무척이나 외우기 힘들었던 희망사항을 열심히 다 외웠었다.홀로 된 사랑이었나 제목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노래는 다 따라 부를 수 있다. 요즘 노래는 가사를 안 외워서 노래방이나 가야 부를 수 있는데 예전 노래는 가사를 다 기억하고 있으니...

 뭐 비주얼 쪽으로 본다면 요즘 가수들이 최고긴 하다. 귀엽고 흐뭇한 빅뱅이라든지 동방신기를 보면 그냥 흐뭇해진다. 어찌나 다들 기럭지도 길고 훤칠한지 노래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원더걸스, 소녀시대를 보면 남자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이해가 되고 만다. (흑흑 이해가 된다는 것이 그만큼 나이가 먹었던 증거겠지만) 즐겁게 바라보고 노래도 흥얼거리지만 90년대 내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냈던 그 때의 열정은 살아나지 않는다.

 거기다 서태지. 진짜 그렇게 멋지게 은퇴를 선언하고 안 나타날 줄을 몰랐다. 서태지의 골수팬은 아니라서 지금 컴백해서 부르는 곡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혜성처럼 나타나서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서태지는 잊을 수 없다. 그 노래 안 부르고 소풍, 수학여행 장기 자랑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TV에 신인으로 나와서 열심히 평을 듣던 것도 기억나고. 난 알아요와 교실 이데아등등 지금 들어도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이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듀스도 생각나고 자꾸 예전 노래가 듣고 싶어서 예전 노래 테이프들을 어쨌나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 7080이 한참 붐이었을 때는 저렇게 될까 싶었는데 혼자서 90년대 노래와 영화에 버닝하면서 7080붐이 이해가 되더라. 어디 가서 이야기도 못하고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나이가 들었구나 싶어서 살짝 우울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나 혼자 90년데 회귀 모드로 예전 노래를 찾아 들을 것 같다.

P.S : 그나저나 오늘 기사로 김민종과 손지창이 더 블루 앨범을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노래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이 나오면 흐뭇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나더라. 과연 두 사람이 다시 나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긴 오랜만에 TV에선 보면 살짝 반가울 것 같다. 열심히 유투브 찾아서 두 사람의 그대와 함께 영상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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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은사자 2009/03/28 04:07 # 답글

    최수지 책받침!! 저 토지에서 서희로 나왔을때 진짜 너무 좋아해서.. 그 이후로는 커리어를 못 이어나가신 것 까지해서 마치 서희를 위해 나타난 사람 모냥.. 그래서 김현주가 서희를 맡았다고 했을때 이건 반댈세!!를 외쳤다는.. 보지도 않았어요~ ㅎㅎ 그나저나 더 블루 앨범을 낸다니.. ^^ 요즘 슬글슬글 돌아오는 분들이 많아서 좋아요.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아..<느낌>도 참 설레면서 봤었는데..저도 지금 회귀모드중 ㅋㅋ
  • 미니벨 2009/03/28 23:09 #

    정말 서희 역에는 제격이었어. 나도 김현주의 서희는 뭔가 어색해서 안 봐지더라. 김현주는 여러 역을 많이 맡았지만 최수지씨는 진짜 서희 역 외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으니까. 그 때 나왔던 조연진도 최강이었지.
    손지창씨는 아주 살짝 예전에 비해서 얼굴선이 후덕해졌고 김민종은 여전히 좀 느끼해.
    90년대에 나오는 트랜디 드라마는 막 신선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식상해져서 아쉬워.
    요즘 대세는 트랜디 드라마가 아니라 막장 드라마긴 하지만. 회귀 모드 당분간 즐길 예정이야.
  • 오즈 2009/03/28 12:52 # 답글

    90년대 초반에 실연당하고 듣는 변진섭노래는 최강이었죠.
    아이들 시절의 서태지 음악을 좋아하셨다면 서태지 8집 싱글 2 Secret앨범은 맘에 드실 것 같습니다. 아주 빠져든답니다. 유일하게 서태지만이 음악에서 계속 무언가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 미니벨 2009/03/28 23:12 #

    실연당하고 듣는 변진섭 노래는 너무 가혹하네요. 슬픔의 밑바닥까지 가게 만들 것 같은데요.
    8집 싱글 2 Secret 앨범 궁금해지네요.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서태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가수지요.
  • 눈물겹다 2009/03/29 23:48 # 답글

    저도 알란탐을 확실히 알고 있는뎀 크크
    얼굴은 그리 잘생기지 않았지만 멋있는 역할을 많이하셔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네요 +_+
    사실 노래는 예전 노래들이 더 명곡이 많은 거 같아요.
  • 미니벨 2009/03/30 09:33 #

    알란탐을 확실히 아신다고 하니 더욱 반가운 덧글인걸요.
    진짜 멋있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확실히 노래는 예전 노래가 좋고 비쥬얼은 요즘 가수들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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