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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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내 책장

  거짓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때는 유명하지 않았던 이성재와 유호정, 배종옥이 나오는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던 언니, 오빠들마저 거짓말이라는 드라마를 이야기 했었다.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 드라마는 재방송까지 챙겨 봤었다. 따박따박 이야기 하는 배종옥과 유호정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껏 보아왔던 드라마랑 무언가 달랐다. 하지만 유호정이 아파서 가야 할 때 배종옥에게 이성재가 '아내가 아프다'라고 했었다. 그 때까지 열심히 보던 내게 왠지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다. 불륜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재가 배종옥한테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거짓말이라는 드라마와 노희경이란 작가는 내게 기억되었다. 

 그 뒤 노희경이 썼다고 하는 드라마는 한 번씩 눈길을 줬다. 그녀가 그랬던가 자기는 찻집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기에 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길에 대화를 한다고...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그 이야기가 와닿았었다. 고두심, 윤여정, 나문희, 배종옥씨 등등 대한민국에서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다 그녀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나도 모르게 본 적도 많았다. 안 본 드라마도 좀 있긴 한데 그건 그 드라마들이 너무 현실감이 넘치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를 쓰는 사람이 노희경이었다.

 마니아 드라마라고 불리는 작품이 많긴 하지만 내겐 참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을 써낸 사람이었다. 그런데 노희경이 에세이를 썼다고 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평이 드라마보다는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노희경이 책을 냈다니 안 좋아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 읽었다. 소제목에 적힌 이야기들은 너무 짧았다. 자신의 과거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머니 이야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버지 이야기, 표민수 피디와의 이야기 그리고 드라마 이야기들. 뭐랄까 신문에 연재되는 가벼운 에세이를 묶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씩 연재되는 것을 읽었으면 모를까 묶어 놓은 것을 읽으니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녀의 책보다는 그녀의 드라마가 비교도 안 될만큼 좋았다.

 이야기들 속에 기름 종이 같은 느낌의 종이들이 있다. 화분과 함께 노희경의 글들이 격언처럼 적혀 있었다. 그 구절들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무언가 기대를 하지 말고 진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야 실망감이 없을 듯 하다.

덧글

  • 나무피리 2009/05/13 12:59 # 답글

    저도 이 책 있어요.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은 아직도 그만한 드라마는 없지 않을까 싶을 만큼 좋았어요. :)
    요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보진 않지만, 변함없으리라 생각하고요.

    짧아서 아쉬웠어요. 정말로. 조금 더 글양이 많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에요.
  • 미니벨 2009/05/13 14:17 #

    저도 노희경 하면 '거짓말'이 떠올라요. 다른 작품도 좋았지만 제가 접한 첫 작품이라서 더 인상에 남았나봐요. 꾸준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주는 것이 고맙더라구요.

    너무 짧아서 읽고 나서 좀 허전하더군요.
  • FERMATA 2009/05/14 09:35 # 답글

    저 구절..'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정지오(현빈) 감독이 읊조렸던 말이었어요.
    이제까지의 드라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책으로 기억이 남네요.
  • 미니벨 2009/05/14 10:37 #

    드라마 이야기도 있긴 한데 좀 짧아서 안타까웠어요.
    노희경의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 이 책을 보면 좀 더 많이 와닿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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