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님과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띄었던 책이다. 그 때는 그냥 대출 한도를 꽉 채웠기 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스타일리시 싱글 여행이라는 제목보다는 도쿄와 홍콩이 들어 있어서 골랐다.
4명의 싱글 여성이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다녀와서 적은 이야기. 그러면서도 단순한 정보를 주는 여행서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방송작가, 라디오 PD, 아티스트, 컨설팅 그룹에서 회계를 맡고 있는 여성들이 한 테마씩 적어 내려갔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역시 내가 여행을 가본 적이 있던 홍콩과 도쿄 편이었다.
도쿄편을 보면서 어찌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김영하씨는 랄랄라 하우스에서 독서의 사치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책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을 가장 으뜸으로 치는 사치라고. 그 구절을 보면서 그래 맞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그런데 이 도쿄편을 쓴 정현주씨는 그걸 해내고 말았다. 보는 내내 나도 여행을 했고 나도 읽을 책인데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계속 안타까워 했다. 언제가 다시 일본 도쿄를 여행할 일이 생기면 나도 해보리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었다. 그러면서 그 책에 나왔던 책들을 읽고 싶어졌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다 읽고 싶어질 정도였다. 여러 곳에서 느낀 점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서 글을 구성하고 있다. 그 편지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소개했던 곳들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 '장'양에게 추천하고 싶어졌다. 취향까지는 아니겠지만 이걸 읽고 나면 친구는 나름의 계획을 멋지게 세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홍콩. 홍콩은 영화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90년대 홍콩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공감하지 못하지 않을까. 장국영의 아비정전, 양조위의 2046, 화양영화, 여명과 장만옥의 첨밀밀의 대사와 함께 가는 여행. 중경삼림, 무간도까지. 홍콩 여행 가면서 중경삼림의 샌드위치 가게를 가고 싶어했고 말도 안 통하던 카페 데코에서 장국영의 영화의 배경이라고 흥분했던 나무심자님과의 여행이 떠올랐다. 그리고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서 야경을 하나도 보지 못했던 것까지. 나의 2번의 홍콩 여행과 오버랩되면서 읽었다. 그러면서 예전의 홍콩 영화를 떠올렸다. 그 영화들이 있어서 홍콩이 좀 더 가깝게 다가왔었다. 나보다 책의 필자는 더욱 생생하게 여행을 했지만. 홍콩과 장국영을 사랑해 마지않는 내 친구 꼬냉이양이 읽으면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았다. (혹시 이 글 본다면 무조건 강추라우~) 미소년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장국영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서 홍콩은 좀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상하이 편은 그림과 함께 재밌게 봤다. 워낙 상하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관계라 그냥 글을 따라 읽었다. 마지막 편인 방콕. 앞의 두 도시와는 다르게 여운이 있었다. 아직 방콕을 못 가봤다. 태국은 한 번 가보고 싶은데 패키지는 안 내키고 자유 여행을 하려니 살짝 엄두가 안 나서 언제가는 가보리라 생각만 하고 있는 여행지다. 요즘 어깨가 끊어질 듯 아프고 결리는데 태국 마사지 이야기를 보면서 잠시 나를 위한 사치를 여행가서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여기까진 그냥 여행서 같았다. 전혀 관심도 없었던 남의 나라의 국왕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태국 사람들이 지폐를 접지도 않고 쓸 정도로 국왕을 사랑한다는 말. 그런데 그 뒤 국왕이 된 후(국왕은 태국에서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았단다.) 죽으나 사나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단다. 그 뒤로 다른 국가 원수 방문 후 답방을 해야 할 때도 태국을 떠나지 않고 공주나 왕자를 대신 보냈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입헌 군주국으로 왕보다 법이 우선하는 나라가 되었음에도 열심히 태국을 위해서 노력하는 국왕이나 그 국왕을 열심히 사랑하는 국민을 보면서 묘한 감동을 받았다고나 할까. 방콕이란 도시가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가보고 나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스타일리시하게 여행을 잘 다녀왔구나 싶었다. 나도 언제가 나만의 테마를 잡아서 여행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장 한장 음미하면서 읽은 책이었다.